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오랜만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다. 엊그제 밤에도 잠은 못 잤지만 한 이벤트에 대한 소회로 잠이 안 오는 건 오랜만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늘상 이런 상황에서 잠 못 이뤘던 이유는 끝없이 곱씹어보는 성찰이고 점검이다. 어떻게 보였으려나? 시뮬레이팅 한다. 오독되는 게 겁난다. 오랜 습관인데, 버려야 할 버릇인가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봤다. 면접에서는 많이 부끄러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몽상가에 가깝지 변혁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게 들켜서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딱히 진솔했는지도 모르겠어서 여전히 아쉽다. 다정이는 나에 비해서는 몽상가 기질이 덜하다. 솔직하고 잘 융화한다. 21세기 지구인의 시각으로는 매력적이고 똑똑한 사람이다. 물론 내 눈에는 최고로...


늘 남이 바라보는 나에 대한 시선을 상상하는 일이 익숙하다. 어디선가 나는 아주 시니컬한 사람이고 어디선가는 느슨한 사람이다. 나는 그 어디에도 있지 않고 가닿는 차가움보다는 뜨겁고 보이는 딱딱함보다는 헐겁다. 또 보이는 헐거움보다는 딱딱하다. 생각과 몸과 말이 다른데, 사람들은 생각은 모르고 몸과 말로만 나를 접하니까, 그럼 그게 그냥 나인 건가? 그럼 그 사람들은 내가 쓴 글로 생각을 들여다보면 뭔 생각을 하려나. 다를 바 없을 것도 같다. 종종 극단적으로는 발화하는 몸의 매커니즘을 버리고 싶다. 그런데 사실 생각과 표현을 다르게 만드는 것도 나다. 내가 투명하게 보여지기를 원치 않는다. 과연 언젠가는 투명히 살 수 있을까?

그나저나 작가들은 어떻게 자전적 에세이를 쓰지. 너무 내밀해서 마치 팬티 바람으로 나선 기분일 것 같은데...

참도 이상하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하지? 왜 열심히 하지 관성으로 보면 내가 있을 곳이 아닌데. 하지만 관성이 필요한가? 그런 것 없는 사람이고 싶다. 솔직히 얼마나 지루하고 허술한가. 갓 고등학교 졸업한 애들이 학교 안에서 벌이는 일은 다 지루한데 게다가 기숙사에서 기숙사 허락 맡고 벌이는 일이 얼마나 하찮나. 뭔가 더 멋있는 걸 찾아서 해, 이를테면 디제잉 파티를 가든지 전시 퍼포먼스에 참여하든지 하다못해 시 낭독회나 플리마켓. 근데 그런 관성을 버리고 싶다. 늘 하던 거, 멋져 보이고 좋아하던 거 그만 찾고, 이렇게 폼 안 나는 걸 재미있게 할 줄 알고 싶다. 맹맹하게 파티가 끝났고 들인 스트레스에 비하면 훨씬 맹맹한데 또 마주친 많은 얼굴들이 싫지 않다. 싫지 않고 생생하다.

조금 더 느슨해지는 것에 대해 배웠다는 감각이 든다. 더 솔직하고 못생겨도 된다. 짜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어서 종종 애썼는데 사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찌 보면 그동안 살아온 방식은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하지 않았나? 좀 더 과감하게 살려면 열심히 짜쳐야 된다. 그런 용기를 요즘 얻는 것 같다.

학자세 친구들과 글을 쓰는 활동을 해봐도 재미있겠다. 글을 쓰면 서로를 더 많이 알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요즘은 솔직하고 못난 것이 내 화두다. (레퍼런스: 우리선희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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