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0일 토요일

요즘에는 인간-되기의 (수용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추한 게 싫다. 추해지기 싫다. 사는 건 추한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다. 그걸 참을 수가 없어서 자주 고통스럽다. 우리가 태어나길 알량한 존재라도 대쪽 같고 싶고, 단정하고 싶고, 잠자코 장엄함을 믿고 싶다. 우직하게 서 있고 싶다. 지층과 나무와 같아지고 싶다. 침묵하고 싶다. 그렇게 고상하고만 싶다. 그치만 그건 오만한 생각이다. 사는 건 추한 일이다. 내가 먹고 자고 싸는 모든 것에서 머나먼 누군가에게 죄를 짓는다. 내가 내뱉는 모든 말과 자취가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아무것도 해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태어난 이상 무결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죽으면 된다. 오히려 산다는 것은 샅샅이 더 추해지는 일이고 그걸 낱낱이 견디는 일이다. 예전에는 그렇게 삶이 생생하게 지각되는 순간이면 반사적으로 죽자,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사고의 매커니즘에서 멀어진 지 정말 오래되었다. 추한대로 산다. 사람 살듯이 산다. 사는 건 추해지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기쁘다. 오래오래 추한 꼴 보이며 살고 싶다고까지 생각한다. (미스터 추, 입술 위에 추, 추사랑? 그렇다고 추잡해지면 안 되는데 그 방법은 아직 모름) 

그동안 몇 번 더 일기를 남겼는데 모두 비공개로 업로드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기를 쓰니까 어쩐지 안부를 전할 용기가 나서 오랜만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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