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치던 블로그에 약간의 보수 작업을 했다. 안 쓰던 창고를 새로운 목적으로 갈고 닦는 사람의 마음으로. 구글의 블로거가 아름다운 점은 모바일에 전혀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네이버 블로그와 그 외 모든 것이 웹은 뒷전이고 두고 모바일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그렇다고 해서 구글이 웹 블로그를 전폭 지원하고 있는 건 아니고 둘다 별 관심 못 받는 유물 수준임) 그건 모바일이 다름 아닌 사용자들, 인류가 정착한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게 내 삶에 너무도 해로운 이주였다고 생각한다. 요즘따라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한다. 뒤돌아 보는 일을 원래 자주 하지 않지만 아마도 지난 주쯤, 여느 날과 같은 불면 속에서, 아주 긴 밤을 보내던 중에, 이리도 긴 밤이 어릴 때부터 있어왔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건 사뭇 다른 얼굴이었는데, 그때 나는 밤을 자처해서 연장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남이 써내린 이야기와 그게 없을 때는 내가 써내린 이야기까지도 장작으로 땠다. 지금은 그 자리에 휴대폰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너무 분했다. 사실 이건 내가 휴대폰이 너무 미워서 지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때도 나는 몰래 책을 읽기보다 컴퓨터에 손을 댈 때가 많았다. 단지 컴퓨터가 내 방에 없었을 뿐. 컴퓨터는 책보다, 책만큼 매혹적이었고 거기엔 불러도 대답 없는 인물들 대신 답장을 보내오는 진짜 사람들이 있었다. 문제는 이제 거기 보고 싶은 사람 안 보고 싶은 사람 다 있고, 안 보고 싶은 사람을 더 많이 보게 되고, 그래서 다 그냥 가짜나 진배 없게 됐다는 거다. 진짜, 가짜 이런 구분 촌스러운 거 알지만 어느 정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모바일 기기 안에 있는 건 ‘기능’ 그리고 돈을 쓰라고 아우성치는 모든 것이다. 나는 돈과 광고와 그걸 치장하는 가짜 이미지들의 땅으로 이주 당했고, 매 시대 얼굴 바꿔 찾아오는 콜럼버스는 내 삶을 앗아갔다. 시발 그래서 휴대폰을 부술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팔면 십만 원은 벌 테니까 참았고, 소셜 미디어는 지우되 웹으로만 접속한다. 왜냐면 예로부터 내 친구들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평정을 되찾고 내 네오시티 블로그와 블로그스팟을 짓는다. 아무데도 빚지지 않는(사실이 아니다) 나의 네오시티 블로그는 몇 년 전부터 계속 운영되어 왔지만 내 친구들과 연결될 용이한 방법을 찾지 못 했고(자바 스크립트 공부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거긴 여전히 외로운 땅이므로 나는 합주실이나 아지트로 개조할 창고로 이곳이 참 마음에 든다. 물론 여기서 함께할 친구들은 이제 만들어야 한다.